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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협찬의 변화③]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방송 ‘고지’에서 콘텐츠 자산으로

2026-08-11 · * 이광일 기자 hotitems@naver.com * 승인 2026.08.10 16:52 * 댓글 0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방식이 반드시 유료 PPL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유료 PPL은 광고계약을 전제로 특정 장면과 배우의 사용, 브랜드와 상품의 노출방식 등을 사전에 약정하는 광고상품이지만 실제 드라마와 예능 제작현장에는 이와 별개로 수많은 상품이 필요하다. 제작협조와 현물협찬, 제작팀의 직접 구매, 대여와 공급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의 상품이 제작현장에 들어가고 실제 세트와 촬영에 사용된다.

이러한 상품공급 참여는 단순히 ‘PPL을 하지 못한 기업의 대안’으로 볼 필요가 없다. 하나의 상품이 실제 제작현장에 공급되고 사용되는 순간 기업과 제작사 사이에는 명확한 제작참여 사실과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제작과정에서 제공받은 물품이나 용역 등에 대해 협찬 사실을 시청자에게 고지하는 것 역시 유료 PPL 여부를 판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작에 참여한 사실을 일정한 방식으로 알리는 별도의 영역이다.

따라서 유료 PPL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해서 방송 제작에 상품을 공급한 기업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품공급은 기업이 콘텐츠 제작 생태계에 진입하는 가장 현실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 제작사는 필요한 상품을 확보하고 기업은 실제 제작현장과 관계를 형성하며, 방송 이후에는 그 참여 사실을 기반으로 허용된 범위에서 언론과 브랜드 채널, 소셜미디어, 크리에이터 콘텐츠 등 다양한 후속 활동을 설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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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상품공급 사실이 방송영상이나 배우 이미지 등 다른 권리까지 자동으로 부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방송사와 제작사, 배우와 엔터테인먼트사, 기업은 각자의 콘텐츠와 초상, 브랜드와 상품에 대해 서로 다른 권리와 계약관계를 갖는다. 그러나 각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제작참여 사실과 활용 가능한 정보의 범위를 명확하게 관리한다면 하나의 상품공급 관계에서 여러 형태의 콘텐츠와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결국 방송 제작 상품공급의 가치는 단순한 화면 노출 여부에만 있지 않다. 기업이 실제 제작현장에 참여하고 제작사와 관계를 형성하며, 그 관계가 방송 이후 콘텐츠와 검색, 미디어와 크리에이터, 커머스와 제휴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유료 PPL이 ‘노출을 구매하는 광고’라면 상품공급 참여는 기업이 콘텐츠 제작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관계와 후속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만드는 또 하나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화장품이 드라마 제작현장에 공급됐다고 가정해보자. 기업은 자신이 상품을 공급했다는 사실과 자사의 상품정보를 가지고 있고, 제작사는 작품과 제작과정에 대한 권리를 관리한다. 방송사는 방송과 편성에 따른 역할을 갖고 배우와 엔터테인먼트사는 초상과 관련 계약범위를 관리한다. 언론은 취재와 보도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할 수 있으며 크리에이터는 허용된 정보와 콘텐츠를 바탕으로 자신의 채널에서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이들은 동일한 권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아니지만 각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활용범위를 명확하게 정한다면 하나의 제작 참여 사실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콘텐츠와 비즈니스가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콘텐츠 산업의 변화는 이러한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고 있다. OTT와 소셜미디어를 통한 글로벌 유통이 일상화되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처음부터 여러 국가와 플랫폼에서 소비되고, 방송 이후에도 작품명과 배우, 캐릭터, 촬영장소와 특정 장면이 지속적으로 검색되고 재생산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국가와 플랫폼에 따라 권리의 보호범위와 계약조건은 달라질 수 있지만, 오히려 이런 환경에서는 권리를 피해 홍보하는 방법보다 권리자와 참여기업이 처음부터 활용범위를 정하고 공동의 이익을 만들 수 있는 협력구조가 중요해진다. 단순히 유료 PPL을 구매할 것인가, 무료로 상품을 협찬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 콘텐츠 공개 전부터 방송 이후의 확산과 커머스까지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방송이 끝난 뒤 홍보를 시작하는 기존 방식보다 콘텐츠 공개시점을 중심으로 언론과 온라인 채널을 미리 준비시키는 방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은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작품명과 출연진, 등장인물, 촬영장소 등에 대한 관심이 형성되고 방송 이후에는 특정 장면과 등장인물, 장소와 상품에 대한 검색이 이어진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작품명과 배우, 캐릭터 등을 중심으로 해시태그와 숏폼, 리뷰와 새로운 해석이 만들어진다. 하나의 방송 콘텐츠가 다수의 디지털 검색자산과 소셜 관계자산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케이닷바이오 에 참여하고 있는 플랫폼이 방송고지를 기존의 ‘사후 홍보’에서 ‘사전예약형 콘텐츠 확산’으로 확대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핵심 가운데 하나는 엠바고(Embargo)다. 제작사와 기업이 방송 전에 공개 가능한 이미지와 상품정보, 보도자료, 관련 콘텐츠를 준비하되 지정된 공개시점 이전에는 승인된 관계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엠바고 자체는 언론과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해 온 방식이지만 달라지는 것은 참여자의 범위와 그 이후 만들어지는 콘텐츠와 비즈니스의 폭이다. 과거에는 기자에게 보도자료를 사전에 제공하고 정해진 시간 이후 기사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언론뿐 아니라 전문미디어와 블로그, 소셜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콘텐츠 생산자가 공개 이전 단계에서 정보와 사용가능한 권리, 공유 수익을 제공 받고 후속 콘텐츠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으로 확장되고 있다.

사전제작이 일반화된 드라마와 예능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활용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제작단계에서 해당 작품이 방영 이후 높은 시청률이나 화제성을 확보할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바로 그 불확실성이 방송 이후 검색과 소셜 반응, 크리에이터의 후속 참여까지 열어두는 확산구조의 필요성을 높인다. 작품 전체의 흥행과 별개로 배우와 캐릭터, 특정 장면이나 상품이 소셜미디어에서 별도의 화제를 만들 수 있고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터 채널이 합류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두 번째 확산이 시작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광고주와 매체, 협찬사와 제작사 등 비교적 고정된 관계에 머물렀던 콘텐츠 지원 구조가 이제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시 재편되고 있다.

참여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

콘텐츠의 가치는 제작단계에서 모두 예측하거나 결정할 수 없다. 작품이 공개된 이후 언론과 크리에이터, 소비자와 유통 관계자 등 새로운 참여자가 각자의 시각과 채널을 더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관심과 시장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처음의 노출효과에 집중하기보다 참여의 접점을 넓혀두는 것이 콘텐츠의 가능성을 더 오래, 더 크게 확장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방송·연예 기자와 산업 전문기자, 전문미디어와 블로그 운영자, 크리에이터는 각자의 방식으로 공개 예정인 드라마와 예능 프로젝트의 정보를 제공받고 콘텐츠를 준비하며 방송 이후 후속 콘텐츠와 부가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여기에서 엠바고는 단순한 ‘보도 금지시간’이 아니라 여러 참여자가 하나의 콘텐츠 공개시점을 함께 준비하는 출발선이 된다. 예를 들어 특정 드라마가 오후 10시에 방송된다면 기업은 방송이 끝난 뒤에야 급하게 자료를 만들고 홍보할 곳을 찾을 필요가 없다. 방송 전에 승인된 기자와 미디어, 블로그와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자료를 권한별로 제공하고 각 채널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준비할 수 있다. 오후 10시 작품이 공개되고 사전에 정한 엠바고가 해제되면 언론보도와 방송고지, 블로그와 소셜 콘텐츠가 각각의 일정과 권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다.

글로벌 시청자는 방송을 보고 작품과 배우, 특정 장면과 상품을 자국어로 검색한다. 검색은 다시 기사와 콘텐츠로 연결되고 소셜미디어에서는 해시태그와 숏폼, 리뷰와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상품에 대한 관심은 브랜드 정보와 플랫폼 마켓플레이스 또는 D2C 커머스로 이어질 수 있으며, 해외 시청자의 관심은 다국어 콘텐츠와 해외 크리에이터, 바이어와 제휴유통 관계로 확장될 수 있다. 과거의 방송고지가 ‘우리 상품이 방송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리는 역할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방송이라는 하나의 공개시점을 중심으로 권리자와 기업, 언론, 크리에이터와 소비자가 각자의 역할로 참여하는 콘텐츠 확산의 출발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 단계에서 열린 케이닷바이오 참여 방송사 주체가 함께 추진하는 방송·OTT 제작 상품공급 시스템에서 크리에이터는 드라마 제작이나 PPL 계약의 직접적인 주체라기보다 방송 이후 콘텐츠의 확산과 새로운 소비자 접점을 만드는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송고지와 상품정보를 각 참여 채널의 특성에 맞는 이미지와 숏폼, 라이브 콘텐츠 등으로 재구성해 국내외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브랜드와 참여 크리에이터의 소셜채널을 연결·관리하는 방식이다. 최대 500개 규모의 브랜드·크리에이터 참여 채널을 연결·관리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하고 있으며 단순히 콘텐츠를 많이 배포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각 채널의 참여관계와 권리, 콘텐츠 공개시점, 마케팅 비용과 제휴유통 조건을 명확하게 관리하면서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라이브스트리밍 역시 이러한 확산 과정에서 중요한 활용수단이 될 수 있다. 방송 직후 기업 관계자가 상품을 설명하거나 해외 관계자와 라이브를 진행하고 다국어 자막과 동시통역을 통해 해외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상품정보에 커머스를 연결하면 방송에서 상품을 발견한 소비자가 검색하고 콘텐츠를 확인한 뒤 실제 상품구매로 이동하는 과정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해외 크리에이터와 바이어, 유통 관계자의 참여가 이어진다면 단순한 소비자 구매를 넘어 공동 콘텐츠와 판매, 제휴유통 등 새로운 사업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확장이 가능하려면 콘텐츠 활용의 권리와 참여관계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관리해야 한다. 방송에 등장한 장면이나 배우의 이미지를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며, PPL이나 협찬 참여 여부가 모든 후속 콘텐츠의 이용권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누가 어떤 관계로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어떤 자료를 어느 시점부터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플랫폼의 중요한 역할이 된다. 방송 이후 특정 장면이나 상품이 검색과 소셜 알고리즘을 통해 다시 주목받았을 때 사전 제작과정에서 형성된 제작사와 기업, 미디어와 크리에이터의 관계가 명확하다면 새롭게 발생한 관심을 보다 빠르게 콘텐츠와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가 정착되면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기업의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상품을 방송국이나 제작현장에 전달하고 실제 사용 여부를 확인한 뒤 이를 홍보하는 것으로 업무가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상품이 제작현장에 참여한 순간부터 관계와 콘텐츠가 기록되고 방송 이후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다시 확산되며 커머스와 글로벌 비즈니스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 제작된 하나의 드라마가 OTT를 통해 여러 국가의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면 작품에 등장한 한국 상품 역시 국경을 넘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해외에 방송됐다는 사실이 아니라 해외 소비자가 상품을 발견한 이후 실제 브랜드 정보와 콘텐츠, 구매와 유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가 준비돼 있느냐는 점이다.

미국은 거대 자본과 글로벌 플랫폼, IP와 스타 시스템을 결합해 하나의 콘텐츠와 브랜드 가치를 크게 증폭시키는 ‘레버리지형 가치 인플레이션’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반면 중국은 거대한 생산기반과 플랫폼, 수많은 판매자와 크리에이터가 빠르게 시장에 참여하면서 상품과 콘텐츠의 공급·확산 비용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대량 확산형 가치 디플레이션’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두 방식이 글로벌 시장에서 동시에 작동하면서 무엇이 콘텐츠의 가치이고, 무엇이 상품의 가격이며, 누가 그 가치를 만들어 가져가는지에 대한 경계마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대한민국이 반드시 어느 한쪽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이미 K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캐릭터, K화장품과 식품을 비롯한 한국 상품의 제조 경쟁력, 그리고 이를 세계로 전달하는 미디어와 크리에이터라는 서로 다른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들을 각각의 산업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제작에서 형성된 관계를 콘텐츠와 상품으로 연결하고, 다시 글로벌 소비자와 커머스·제휴유통으로 이어가는 우리만의 가치사슬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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